2015. 1. 17. 01:29 | Life as M.D.

의료인과 상관이 없는 어떤 모임을 가든,

어쩔수 없이 나의 직업을 밝히게 되었을 때, 의료인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내게 하는 첫 질문의 99%는

무슨과 하세요?? or 전공이 뭐에요?? 로 시작이 된다.

 

여기에 대해 길고 정확하게 답변하자면 사실 꽤 길기 때문에 오늘의 포스팅으로 정리했다.

2015년 1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수능을 쳐서 의대를 들어가든지 (의예과로 시작)

아니면 일반 학부 4년 졸업 후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에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의대과정의 경우 의예과 2년 + 의학과 4년으로 총 6년제이며,

의전원의 경우 일반학부 4년 + 의학대학원(실제적으로 의학과) 4년으로 총 8년 동안 학생의 신분이다.

전국에 41개 의과대학 or 의학전문대학원이 있으며, 의예과랑 의전원이랑 동시에 뽑는 경우도 있고

실제적으로 의학과 4년과 의전원 4년은 같은 의미고 배우는 내용도 똑같다.

 

이렇게 다른 학부생보다 "최소 2년" 길었던 학부기간이 끝나고, 졸업하는 해가 되면

졸업직전 1월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의사국가고시(KMLE)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운전면허시험과 정말 똑같이 1차 필기 60점, 2차 실기 60점 이상을 득점하게 되면

2월 중순쯤에 "의사면허증"을 받게 된다.

실제적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국시를 통과하면 그때부터는 바로 "의사선생님 또는 닥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국시를 통과한 의사들을 유식하게는(?) general physician(GP or 일반의) 라고 부른다.

 

그럼 우리가 흔히 동네에서 보는 내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의 간판은 무엇일까??

"전문의"라고 해서 의사가 된 이후에 따로 자신의 전문 진료과목을 트레이닝 받은 의사들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국시도 합격했지만, 임상 경험도 빈약하고 전문진료과목 없이는 먹고살기 힘든 대한민국이라

울며겨자먹기로 이 힘든 전문의 과정을 수행하는 의사 비율이 거의 90% 가까이 된다.

사실 주치의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는 몇몇 선진국의 경우(미국, 호주, 독일)

전문의 과정을 수행하는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잘못된 의료제도 때문이기도한데 말이 너무 길어지지까 여기서 생략하고.....

 

전문의 과정은 인턴(또는 수련의) 1년 그리고 전공의 과정(흔히 레지던트라고 부름) 3~4년으로 구성된다.

전공의는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등이 3년 나머지 과는 거의 4년이다.

전국의 모든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열려 있으며,

입원환자들 또한 낮 시간에만 아프고 밤이나 휴일에는 안 아픈 것이 아니다.

이런 환자들을 누가 돌봐주고 있냐?? 대개 인턴, 또는 1~2년차들이 밤낮 휴일없이 돌봐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걸 서포트하고 있는 간호사, 간병인, 방사선기사 등 관련 업종분들도 마찬가지지만.....이분들은 대개 3교대로 일한다

큰 병원의 경우 의사라는 인력은 당연히 모자라기 때문에 3교대 따위 꿈도 못꾸고,

낮에는 낮대로 정규일하고 밤에는 밤대로 휴일에는 휴일대로 1년 365일 퇴근없이 병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대개 그 몫은 위에서 말했듯이 인턴, 주로 1~2년차 과에 따라서는 전공의 4년차까지 ㅡㅡ

트레이닝이라는 미명하에 박봉과 격무로 인력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 다른과보다도 상대적으로 전공의 생활이 편하다는 가정의학과를 택했지만

별다른 구분이 없는 인턴시절과 짬밥이라고 없던 1년차 때 개고생했던 건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3년차 때도 스케쥴 또는 우리과 환자 컨디션 따라 휴일 밤낮없이 병원일로 불려나간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렇게 힘든 학부과정과 트레이닝.....그리고 남자라면 남들보다 훨씬 더 긴 39개월이라는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 

머리가 진짜 좋은 수험생 분들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지다.

과연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의 경우야 뭐 유치원 다닐시절부터 천업이라 생각했으니 큰 후회는 없지만

가끔은 아니 당장이라도 때려칠까 고민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방황하느라 남들 6년 다니는 의대 8년 다녔고 (흑역사)

이제야 인턴 + 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39개월짜리 병역만 남은 상황이다.

엊그제 간신히 전문의 시험 1차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이지 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던

멀고도 멀기만 했던 10여년 터널의 끝이 보이려하니 감회가 새롭다.

 

 

<요약>

1. 의대6년 or 의전원(4+4)년 + 졸업년도 의사국시통과 = 의사

2. 추가 인턴1년 + 전공의(3~4년) + 전문의 시험통과 = 전문의

3. 남자라면 군의관 or 공중보건의 39개월 추가

 

어느 남자 고3 우등 수험생이 재수없이 한번에 수능으로 의대입시성공하고,

한번의 유급없이 의대 졸업하고, 한번도 전공의 과정에서 낙오안되고 군대 잘다녀와서

최대한 빨리 이 과정을 끝내야 14년이다.......